자~ 오늘도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블랙미러를 가지고 왔습니다. 시즌3 5화 ‘Men Against Fire’는 전쟁과 기술이 결합했을 때, 인간성이 어떻게까지 왜곡될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에피소드는 병사들의 인식을 조작하는 기술이 도입된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우리가 보는 현실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1. ‘로치’는 괴물인가, 희생자인가?
이 이야기는 주인공 스트라이프(Stripe)가 동료 병사들과 함께 ‘로치(Roach)’라 불리는 존재들을 사냥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로치들은 인간과는 다른, 괴물과도 같은 외형을 하고 있으며, 사회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병사들은 그들을 제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며, 전투에서도 망설임 없이 로치들을 사살합니다.
하지만 작전 중 스트라이프는 로치의 이상한 장비에서 발생한 빛을 맞고 그 이후부터 현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로치는 실제로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특정 인간 집단을 제거하기 위해 ‘로치’라는 이름을 붙이고 병사들에게 그들을 괴물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병사들이 죄책감 없이 살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었습니다. 즉, 병사들은 자신이 괴물을 처치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정부가 제거 대상으로 지정한 인간들을 학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설정은 현실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전쟁과 인종 청소의 역사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과거 수많은 전쟁에서 적군을 ‘괴물’ 혹은 ‘비인간적 존재’로 묘사하는 선전이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병사들은 윤리적 고민 없이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Men Against Fire’는 이러한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의 인식을 조작하는 기술을 도입하여 보다 직접적으로 전쟁의 비윤리성을 보여줍니다.
2. 조작된 현실, 전쟁을 위한 최적의 테크닉
병사들의 인식을 조작하는 핵심 기술은 ‘MASS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병사들의 뇌에 직접 연결되어, 그들이 보거나 듣는 정보를 왜곡합니다. 이를 통해 병사들은 로치를 흉측한 괴물로 인식하게 되며, 이로 인해 인간적인 연민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학살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설정은 전쟁에서 적을 ‘비인간화(Dehumanization)’하는 현실적인 전략과 연결됩니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에서 적군을 괴물처럼 묘사하는 선전은 너무나도 흔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병사들이 적을 같은 인간으로 보게 되면, 연민이라는 감정이 개입되고, 이로 인하여 전투 수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Men Against Fire’에서는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병사들의 인식을 기술적으로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개념이 구현되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보고 믿는 현실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경고하는 동시에, 전쟁이 얼마나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스트라이프는 자신이 겪은 이상한 환영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고, 로치를 죽이지 않고 놓아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군의 입장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고, 그는 곧 상관들에게 붙잡혀 진실을 듣게 됩니다.
3. 인간성과 윤리의 경계,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스트라이프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지지만, 상관인 아킨(Arquette)은 태연하게 그에게 MASS 시스템이 전쟁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합니다. 전쟁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적을 죽이는 병사들의 죄책감이며, MASS 시스템은 이러한 인간적인 고민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킨은 스트라이프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기억을 지우고 다시 병사로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알지만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갈 것인가?
결국 스트라이프는 강제로 기억을 조작당하게 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가 아름다운 집 앞에서 연인을 바라보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조작된 현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이제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게 되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로치를 사냥하는 삶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편안한 거짓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이 조작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진실을 직면할 용기가 있을까요? 아니면 편안한 거짓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요?
‘Men Against Fire’는 전쟁과 기술이 결합했을 때, 인간성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전쟁이 단순하게 적과 아군의 싸움이 아니라, 권력이 만든 조작된 현실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에피소드는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블랙미러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믿어야 하는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들며, 기술이 인간성을 얼마만큼 파괴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만약 전쟁이 우리의 인식을 조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야 할까요?